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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운동화 가게 안
    반짝반짝 빛나는/사랑을 말하다 2019. 5. 11. 02:5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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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"여기 235는 없어요?"

     

     

    넓지도않은 운동화 가게 안.

    별로 크지도않은 한 여자의 목소리에

    막 입구를 들어서던 남자가

    긴장된 얼굴로 그곳을 돌아봅니다

     

    조금 먼 곳에서 어느 한 쪽이 알아봤더라면

    절묘하게 피해갈 수도 있었을텐데

    도저히 피할 수도 없는 거리에서

    서로를 마주보게된 두 사람.

     

    기절할만큼 어색한 몇 초가 지나고

    마침내 결심한듯 여자가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냅니다.

    신으려던 운동화를 어설프게 손에 들고는,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"잘 지냈어?"

     

    너무 뻔한 질문. 대답도 뻔할 수 밖에 없습니다.

    "어, 그냥 그렇지 뭐. 운동화 사러 왔나 보네?"

     

    여자는 예전 버릇 그대로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그럽니다.

    "여기 운동화 가게니까."

     

    남자도 예전 버릇 그대로 그녀의 말을 따라 합니다.

    "그렇지, 여긴 운동화 가게니까."

     

    그 긴 시간을 건너 이렇게 마주 했는데

    할 말은 금세 다 바닥나 버리고

    두 사람은 했던 말이나 다시 주고 받습니다.

     

    "잘 지냈지?"

     

    "음, 그냥 그렇지 뭐."

     

    한 때는 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몸이 다 아팠다고,

    한 때는 언제 사랑을 했었나 싶게 너무 즐겁게 지내기도 했다고,

    그러다 또 어떤 날은 이유도 없이 너무 그리워서

    가슴이 막 터질 것도 같았다고,

    얼마전부턴 소개받은 사람이 있어서 가끔 만나기도 한다고,

    좋은사람 같다고,

    근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,

     

    그러기 싫은데 이렇게 너와 마주하니 나는 또 두근두근 한다고,

    지금 난 니가 좀 밉기도 하다고,

    그렇게 또 나를 보고 웃으면 겨우 괜찮았던 나는 또 엉망이 될텐데,

    이제 겨우 맘에 붙이려던 그 사람이

    너보다 안예쁘다는 걸 내가 알게 되면 어떻게 하나?

     

    도저히 줄일 수 없는 그 말들을 남자는 한 마디로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"그냥, 그렇지 뭐..."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'너는 어떻게 지냈니?'

    난 아직도 묻지 못합니다

     

    '나 잘 못지내. 외로워.'

    농담처럼 그대가 말하기라도 한다면,

     

    '언제 술이나 한잔 하자.'

    예의상 그대가 말하기라도 한다면.

     

    나는 또 삼백 번의 밤을 설레고 원망하며

    힘겹게 지낼 것 같아서

    그대가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고 싶지 않다고

    나는 그냥, 그냥... 그렇다고...

     

    사랑을 말하다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- '푸른 밤, 그리고 성시경입니다' 中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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